Sam McKinniss American , 1985 Ross at the Beach, 2007 oil on canvas Painting 50 1/4 x 40 x 1 1/2 in. 땅의 아들 고재종 아버지는 죽어서도 쟁기질 하리 죽어서도 살점 같은 땅을 갈아 모를 내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물 걱정 하리 죽어서도 가물에 타는 벼 한 포기에 애타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낫질을 하리 죽어서도 나락깍지 무게에 오져 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밥을 지으리 죽어서도 피 묻은 쌀밥 고봉 먹으리 그러나 아버지는 죽지 않으리 죽어서도 가난과 걱정과 눈물의 일생 땅과 노동과 쌀밥으로 살아 있으리 ※출처:《사람의 등불》, 실천문학사, 1992. □ ..
Sam McKinniss American, 1985 Still Life with Primroses, Pears and Pomegranates (after Fantin-Latour), dated 2018 acrylic on canvas Painting 30 by 24 in. 석류 먹는 밤 문정희 오도독! 네 심장에 이빨을 박는다 이빨 사이로 흐르는 붉고 향기로운 피 나는 거울을 보고 싶다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먹는 여자가 보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져서 마녀처럼 두개골을 다 파먹는 여자 오, 내 사랑 알알이 언어를 파먹는다 한밤에 일어나 너를 먹는다 ※출처:《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2004. 양귀비꽃 머..
Richard Alan Schmid American, 1934 - 2021 Nude, 1969 oil on canvas Painting 24 x 18 inches 첼로 김영태 흰 말(馬) 속에 들어 있는 고전적인 살결, 흰 눈이 저음(低音)으로 내려 어두운 집 은빛 가구 위에 수녀(修女)들의 이름이 무명으로 남는다 화병마다 나는 꽃을 갈았다 얼음 속에 들은 엄격한 변주곡, 흰 눈의 소리 없는 저음 흰 살결 안에 람프를 켜고 나는 소금을 친 한 잔의 식수를 마신다. 살빠진 빗으로 내리 훑으는 칠흑의 머리칼 속에 나는 삼동(三冬)의 활을 꽂는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겨울이 깊어 가면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기 마..
Peter Ilsted Danish, 1861 - 1933 Young woman in a white summer dress standing by an open window at Liselund oil on canvas Painting 40.3 x 43.2cm 칼국수 문인수 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죽을 밀었다. 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 나는 거기 살평상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 그때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흠 걸터앉으며 물씬 흙 냄새 풍겼다 그리고 또 그렇게 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 · · · · · 아 구름 구름밭, 부연기와 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 이 가닥 다 이으면 통..
Toby Mulligan British, 1969 Anais mixed media on canvas Painting 99 x 99 cm 나 김광규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고 나의 아저씨의 조카고 나의 조카의 아저씨고 나의 선생의 제자고 나의 제자의 선생이고 나의 나라의 납세자고 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 나의 친구의 친구고 나의 적의 적이고 나의 의사의 환자고 나의 단골 술집의 손님이고 나의 개의 주인이고 나의 집의 가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고 동생이고 형이고 남편이고 오빠고 조카고 아저씨고 제자고 선생이고 납세자고 예비군이고 ..
Marek Wlodarski Polish | 1903 - 1960 The Meal, 1938 oil/canvas Painting 80.5×99.5 cm 무서운 굴비 최승호 나는 왜 굴비를 두려운 존재라고 말해야 하나 석쇠 위에 구워 먹거나 찌개 끓여도 얌전히 있는 저 무력하기 짝이 없는 굴비를 굴비는 소금에 절여 통째로 말린 조기라 한다 혹은 건석어乾石魚 굴비, 나의 敵, 나의 反逆, 나의 굴비 비굴한 삶은 통째로 굴비를 닮아간다 그물을 뒤집어 쓰고 퍼덕이다가 결국 장님에 벙어리 귀머거리가 된 굴비를 나는 왜 두려운 존재라고 말해야 하나 ※출처: 《고슴도치의 마을》, 문학과지성사, 1994. 고슴도치의 마을짧은..
Jeroen Buitenman Dutch, 1973 “Spring” (2005), dated 2005 Oil and collage on canvas Painting 180 x 299.5 cm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출처:「사랑하다 죽어 버려라」, 창작과비평사, 1997. □ 박길제 교사 감상 어떤 말은 혼자서..
Alex KatzPurple American, 1927 Tulips 1 from Flowers Portfolio, 2021 Archival pigment inks on Innova Etching Cotton Rag 315 gsm paper 81.28 x 119.38 см 그 말이 가슴을 쳤다 이중기 쌀값 폭락했다고 데모하러 온 농사꾼들이 먼저 밥이나 먹고 보자며 자장면 집으로 몰려가자 그걸 지켜보던 밥집 주인 젊은 대머리가 저런, 저런, 쌀값 아직 한참은 더 떨어져야 돼 쌀 농사 지키자고 데모하는 작자들이 밥은 안 먹고 뭐! 수입밀가루를 처먹어? 에라 이 화상들아 똥폼이나 잡지 말든지 나는 그 말 듣고 내 마음 일주문을 부숴 버렸다..
Dina Enoch Israeli, 1946 Red Room, 2013 Oil on canvas Painting 70 x 50 cm.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 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
Alice Neel American, 1900 - 1984 Jackie Curtis as a Boy oil on canvas Painting canvas 44 by 30 in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과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째 네 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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