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oen Buitenman Dutch, 1973 “Spring” (2005), dated 2005 Oil and collage on canvas Painting 180 x 299.5 cm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출처:「사랑하다 죽어 버려라」, 창작과비평사, 1997. □ 박길제 교사 감상 어떤 말은 혼자서..
Alex KatzPurple American, 1927 Tulips 1 from Flowers Portfolio, 2021 Archival pigment inks on Innova Etching Cotton Rag 315 gsm paper 81.28 x 119.38 см 그 말이 가슴을 쳤다 이중기 쌀값 폭락했다고 데모하러 온 농사꾼들이 먼저 밥이나 먹고 보자며 자장면 집으로 몰려가자 그걸 지켜보던 밥집 주인 젊은 대머리가 저런, 저런, 쌀값 아직 한참은 더 떨어져야 돼 쌀 농사 지키자고 데모하는 작자들이 밥은 안 먹고 뭐! 수입밀가루를 처먹어? 에라 이 화상들아 똥폼이나 잡지 말든지 나는 그 말 듣고 내 마음 일주문을 부숴 버렸다..
Dina Enoch Israeli, 1946 Red Room, 2013 Oil on canvas Painting 70 x 50 cm.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 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
Alice Neel American, 1900 - 1984 Jackie Curtis as a Boy oil on canvas Painting canvas 44 by 30 in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과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째 네 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Basia Roszak Scottish THE FIDDLEoil on canvasPainting 100cm x 76cm 밥 먹는 법 정호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출처:《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창작과비평사, 1997. □ 정끝별 시인 감상 왼손잡이는 말합니다. 밥 먹는 손이 왼손이면 안되나요? 환경운동가는 힘주어 말합니다. 밥 먹는 법은 잘 알아도, 먹다 남긴 음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