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 McKinniss American , 1985 Ross at the Beach, 2007 oil on canvas Painting 50 1/4 x 40 x 1 1/2 in. 땅의 아들 고재종 아버지는 죽어서도 쟁기질 하리 죽어서도 살점 같은 땅을 갈아 모를 내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물 걱정 하리 죽어서도 가물에 타는 벼 한 포기에 애타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낫질을 하리 죽어서도 나락깍지 무게에 오져 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밥을 지으리 죽어서도 피 묻은 쌀밥 고봉 먹으리 그러나 아버지는 죽지 않으리 죽어서도 가난과 걱정과 눈물의 일생 땅과 노동과 쌀밥으로 살아 있으리 ※출처:《사람의 등불》, 실천문학사, 1992. □ ..

Alicja Kappa Polish, 1973 Southern Relax, 2022 Acrylic, Oil, Canvas, Metal Painting 100 cm x 100 cm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출처:《모..

Alexander Goudie Scottish, 1933 - 2004 Eater Table oil on canvas Painting 32.75" high x 43" wide 밥 천양희 외루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출처:《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작가정신, 1998.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저자천양희출판작가정신출판일1998.07.07 □ 정끝별 시인 감상 외로워서 먹는 밥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돌아서면 도로 허기집니다. 권태로워서 자는 잠은 아무리 많이 자도 잠이 잠을..

David Hockney British, 1937 David Hockney, 2020 offset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6 x 38 cm 밥을 먹으며 장석남 밥을 먹을 때 나는 자주 밥 냄새 끝까지 달아나 있다 밥의 기억 모두 낙엽져 앙상한 마을, 내려와 넓은 숨을 쉬는 하늘가에서 이름 버리고 빈 그릇을 달그락거리기도 한다 어느 미래에 나는 배고프지 않은 기억 밑으로 수저를 던질 것인가 내 영혼의 싱싱한 지느러미 속에 차고 단단한 잔별들이 뜰 때 나는 조용히 수저를 놓고 그들과 함께 몸 비틀며 반짝일 것이다 밥을 먹을 때 나는 자주 기억도 끝나는 곳을 病처럼 다녀오곤 한다 ※출처:《새..

Chiu Ya-Tsai Taiwanese, 1949 - 2013 Wen-Chi, 1995 Oil on Canvas Painting 130 x 97 cm 엄마 김종삼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거랑 입을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출처:《김종삼 전집》, 청하, 1990. □ 정끝별 시인 감상 날품팔이 행상하는 엄마들 많았습니다. 상이군이 주정뱅이 아버지들도 많았습니다. 파출부하고 장사하는 엄마들, 실업과 노숙의 아버지들 지금도 많습니다. 산허리에 걸린 초저녁달과 함께 돌아온 엄마의 보자기..

R.C. Gorman Native American | 1931 - 2005 Rosalie, 1982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8 x 35 inches 어머니 오탁번 어머니, 요즘 술을 많이 마시고 있읍니다 담배도 많이 피웁니다 잘못했읍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읍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잊지 않겠읍니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푹 자겠읍니다 어머니! ※출처:《오탁번 시전집》, 태학사, 2003. □ 정끝별 시인 감상 '읍니다'라고 자판을 치니 '습니다'로 자동변환됩니다. 악착같이 '읍니다'로 바꾸어놓습니다. 어릴 적 가정통신문에 써주셨던 어머니의 '슴니다'도 기억납니다. 그때도 악착같이 '읍니..

Alicja Kappa Polish, 1973 Spirng, 2023 Acrylic, Oil, Canvas,Painting 100 cm x 100 cm 꽃밥 엄재국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출처:《정비공장 장미꽃》, 애지,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할머니 불 지펴 꽃 피워냅니다. 크고 환한 목단꽃이라든가 작약꽃이라든가. 덩달아 부지깽이에도 할머니..

Natasha Kissell Starry Sky, 2019 Oil on canvas Painting 80×100 cm. 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출처:《냄비는 둥둥》, 창작과비평사,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쌀과 밥이, 밥과 사랑이 이리 한통속이었군요. 시인은 말합니다. "쌀이 무엇인지 아니? 신의 이빨이란다." 인간이 배고파 헤맬 때 신이 이빨을 뽑아 빈 논에 던져 자란 게 쌀이라지요. 그렇다면, 고런 쌀로 밥을 지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

이츠차크 타르카이 Itzchak Tarkay Israeli, 1935-2012 TARKAY SERIGRAPH "NEIGHBORS II 2008 serigraph in color Prints & Graphic Art 18" x 17.875"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험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뎁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