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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밥 -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나는나무 2024. 12. 21. 10:40
Natasha Kissell
Starry Sky,
2019
Oil on canvas
Painting
80×100 cm.
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출처:《냄비는 둥둥》, 창작과비평사,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쌀과 밥이, 밥과 사랑이 이리 한통속이었군요.
시인은 말합니다.
"쌀이 무엇인지 아니? 신의 이빨이란다."
인간이 배고파 헤맬 때 신이 이빨을 뽑아 빈 논에 던져 자란 게 쌀이라지요.
그렇다면, 고런 쌀로 밥을 지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신의 남은 이빨이 별이란 말입니까?
신의 사랑, 놀라워라!
캄캄한 새벽에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는 것들, 서로에게 밥인 것들, 영원한 별인 것들, 사랑은 그렇게 무르익는 것이었군요.
쌀독에서 인심 나고, 밥솥에서 사랑 난다!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김승희 시인
195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 속의 물」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미완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는 둥둥』 『희망이 외롭다』 『도미는 도마 위에서』가 있으며,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과 산문집 『33세의 팡세』 『어쩌면 찬란한 우울의 팡세』 등을 썼다.
소월시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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