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 McKinniss American , 1985 Ross at the Beach, 2007 oil on canvas Painting 50 1/4 x 40 x 1 1/2 in. 땅의 아들 고재종 아버지는 죽어서도 쟁기질 하리 죽어서도 살점 같은 땅을 갈아 모를 내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물 걱정 하리 죽어서도 가물에 타는 벼 한 포기에 애타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낫질을 하리 죽어서도 나락깍지 무게에 오져 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밥을 지으리 죽어서도 피 묻은 쌀밥 고봉 먹으리 그러나 아버지는 죽지 않으리 죽어서도 가난과 걱정과 눈물의 일생 땅과 노동과 쌀밥으로 살아 있으리 ※출처:《사람의 등불》, 실천문학사, 1992. □ ..
Peter Ilsted Danish, 1861 - 1933 Young woman in a white summer dress standing by an open window at Liselund oil on canvas Painting 40.3 x 43.2cm 칼국수 문인수 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죽을 밀었다. 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 나는 거기 살평상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 그때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흠 걸터앉으며 물씬 흙 냄새 풍겼다 그리고 또 그렇게 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 · · · · · 아 구름 구름밭, 부연기와 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 이 가닥 다 이으면 통..
Toby Mulligan British, 1969 Anais mixed media on canvas Painting 99 x 99 cm 나 김광규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고 나의 아저씨의 조카고 나의 조카의 아저씨고 나의 선생의 제자고 나의 제자의 선생이고 나의 나라의 납세자고 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 나의 친구의 친구고 나의 적의 적이고 나의 의사의 환자고 나의 단골 술집의 손님이고 나의 개의 주인이고 나의 집의 가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고 동생이고 형이고 남편이고 오빠고 조카고 아저씨고 제자고 선생이고 납세자고 예비군이고 ..
R.C. Gorman Native American | 1931 - 2005 Rosalie, 1982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8 x 35 inches 어머니 오탁번 어머니, 요즘 술을 많이 마시고 있읍니다 담배도 많이 피웁니다 잘못했읍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읍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잊지 않겠읍니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푹 자겠읍니다 어머니! ※출처:《오탁번 시전집》, 태학사, 2003. □ 정끝별 시인 감상 '읍니다'라고 자판을 치니 '습니다'로 자동변환됩니다. 악착같이 '읍니다'로 바꾸어놓습니다. 어릴 적 가정통신문에 써주셨던 어머니의 '슴니다'도 기억납니다. 그때도 악착같이 '읍니..
Alicja Kappa Polish, 1973 Zapachy lata, 2019 oil, acrylic, schagmetal, canvasPainting 100 x 100 cm 적막한 식욕 박목월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床에 올라 새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하는 쓸쓸한 식성. 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하고 손과 주인이 겸상을 하고 산나물을 곁들여 놓고 어수룩한 산기슭의 허술한 물방아처럼 슬금슬금 세상 얘기를 하며 먹는 음식. 그리고 마디가 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