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훈 Han Seunghun b.1982. Piece of Mind 2022 oil on canvas Painting 60.6×60.6cm 우편 이장욱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 그것이 늙은 우편배달부들의 결론, 당신이 입을 벌려 말하기 전에 내가 모든 말을 들었던 것과 같이 같은 계절이 된 식물들 외로운 지폐를 세는 은행원들 먼 고백에 중독된 여인들 그순간 누가 구름의 초인종을 눌렀다. 뜨거운 손과 발을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계절로 단 하나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출처:《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학과지성사, 2016. 영원이 아니라서 ..
안나 피오트로비악 Anna Piotrowiak Polish, 1983 Symfonia Nocy 2018 acrylic on canvas Painting 100 x 50 cm 가난의 골목에서는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
전 형 주 Jeon HyungJoo Korean, 1959 Mind Way 2017 oil on canvas Painting 60.6×72.7cm 고요의 입구 신현락 개심사 가는 길 문득 한 소식 하려는가 나무들 서둘러 흰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위를 털면서 숲 속으로 사라지는 길도 금세 눈으로 소복하다 여기에 오기까지 길에서 나는 몇 번이나 개심(改心)하였을까 한 송이 눈이 도달할 수 있는 평심(平心)의 바닥 그것을 고요라고 부를까 하다가 산문에 서서 다시 생각해 본다 어느 자리, 어느 체위이건 눈은 불평하지 않는다 불평(不平)마저 부드러운 곡선이다 설경이 고요한 듯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허지만 송송 뚫린 저 오줌구멍을 무엇이라..
요안나 미스탈 Joanna Misztal Polish, 1967 Iris 2024 Acrylic, Oil, Canvas, Metal Painting 70 cm x 70 cm 기쁨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출처:《풀잎 속 작은 길》, 1996.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참 이렇게 좋은 기쁨의 시가 공주 공산성 너머 저 멀리 대숲 일렁이는 나태주 시인의 막동리 초가집에 숨어 있었군요. 난초 잎이 곡선으로 휘어져 허공에 기댄다니요? 허공이 어디 의지할 만한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Dutch, 1853-1890 Wheat Field Behind Saint-Paul Hospital with a Reaper 1889 낡은 집 이용악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 손손에 물려 줄 은동곳도 산호 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시리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쪽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여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집 안방 짓두광주..
안드레스 조른 Anders Zorn Swedish, 1860-1920 Göthilda Fürstenberg 1898 상강(霜降) 박경희 낼모레면 칠십 넘어 벼랑길인디 무슨 운전면허여 읍내 가는디 허가증이 필요헌가 당최 하지 말어 저승 코앞에 두고 빨리 가고 싶은감? 어째 할멈은 다른 할매들 안 하는 짓을 하고 그랴 워디 읍내에 서방 둔 것도 아니고 왜 말년에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여 오 개월 걸려 딴 운전면허증에 한 해 농사 품삯으로 산 중고차 끌고 읍내 나갔던 할매 후진하다 또랑에 빠진 차 붙들고 오매, 오매 소리에 초상 치르는 줄 알고 달려왔던 할배 그리 말 안 듣더니 일낼 줄 알았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풀린 다리 주저앉히고 다행이여..
한스 토마 Hans Thoma German, 1839-1924 Die Quelle (The Spring) 1895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출처:《님의 침묵》, 초판19..
루이지 마스트란젤로 Luigi Mastrangelo Italian, 1958 Green 2011 Acrylic on canvas Painting 70 x 50 cm. 생명 김지하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 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생명이란 말은 김지하의 시로 들어가는 열쇠이면서 동시에 그의 시 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이며, 주제이고 그의 마지막 목적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시는 생명에서 시작하여 생명을..
이츠차크 타르카이 Itzchak Tarkay Israeli, 1935-2012 TARKAY SERIGRAPH "NEIGHBORS II 2008 serigraph in color Prints & Graphic Art 18" x 17.875"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험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뎁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필리포 인도니 Filippo Indoni Italian, 1800-1884 A source of amusement 1877 oil on panel Painting 18¼ x 13 5/8 in.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것을 믿는다. 다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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