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명 - 김지하」,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 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나는나무 2024. 9. 10. 14:24
루이지 마스트란젤로
Luigi Mastrangelo
Italian, 1958
Green
2011
Acrylic on canvas
Painting
70 x 50 cm.
생명
김지하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 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생명이란 말은 김지하의 시로 들어가는 열쇠이면서 동시에 그의 시 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이며, 주제이고 그의 마지막 목적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시는 생명에서 시작하여 생명을 통과하여 생명으로 완결된다는 뜻입니다.
실상 그가 청년 시절 내내 몸바쳐 군사 독재에 저항하며 투쟁한 것도, 또한 영어 생활에서 풀려난 이후 내내 오늘날까지 줄기차게 전개해 오고 있는 생명 운동도 사실은 그러한 생명에 대한 가없는 사랑과 실천 의지를 반영한 것이지요. 그에게 있어서 생명은 절망이며 동시에 희망인 까닭입니다. 슬픔이며 기쁨이고, 기쁨이자 슬픔 그 자체라는 뜻이지요. 지하 자신이 말하듯이 '생명을 알려면 사랑을 알아야 하고, 사랑을 알려면 슬픔을 알아야만'하는 것이지요.
생명은 혼자 태어나 육신과 정신의 갈등을 겪으며 살다가 한 줌 흙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기에 고독한 것이고 허무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생명은 슬픈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슬픔과 절망을 깨닫고 겪으면서 사랑은 조금씩 자라는 것이고 생명은 그 정수를 향해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생명의 슬픔 / 한 줄기 희망이다"라는 결구처럼 슬픔을 긍정하고 운명처럼 껴언고 사랑하는 일이 바로 생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나의 생명뿐 아니라 너의 생명, 그리고 나와 너를 바라보는 그와 저들의 생명까지도 모두 존중하며 함께 사랑하는 일 그것이 바로 인류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일일것이 분명하구요.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김지하(1941~2022) 시인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김지하는 필명이다.
1966년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대일 굴욕 외교 반대투쟁에 가담해 첫 옥고를 치른 이래, ‘오적 필화 사건’ ‘비어(蜚語)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고행… 1974 필화 사건’ 등으로 8년간의 투옥, 사형 구형 등의 고초를 겪었다. 1980년대 이래 생명운동 환경운동을 펼쳐왔고, 현재 원주에 거주하며 문화사적 ‘새길’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검은산 하얀 방』 『이 가문 날의 비구름』 『별밭을 우러르며』 『중심의 괴로움』 『화개』 『새벽강』 『시김새1,2』 『흰 그늘』 등이 있고, 『밥』 『남녘땅 뱃노래』 『살림』 『생명』 『생명과 자치』 『사상기행』 『예감에 가득 찬 숲그늘』 『옛 가야에서 띄우는 겨울편지』 『춤추는 도깨비』 『흰 그늘의 길 1,2,3』 『김지하 사상전집』(전3권) 『김지하의 화두』 『동학 이야기』 『우주생명학』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1981),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 등과 이산문학상(1993), 정지용문학상(2002), 만해문학상(2002), 대산문학상(2002), 공초문학상(2003), 영랑시문학상(2010) 등을 수상했다.
※출처: 알라딘 작가파일, 김지하
'좋은 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Total
- Today
- Yesterday
- 이장욱 시인
- 독서모임
- 이성미 시인
- 독서
- 좋은 시
- 카페
- 아침
- 매션임파서블
- 사람이 죽으면
- 우편 이장욱
- 얼근한
- 나무
- 명시감상
- 채갈피
- 북관
- 잠잠해졌다
- 바다
- 아름다운 시
- 내 다리 내놔
- 유령들 이현승
- 시골
- 즐거운 소라게
- 밥
- 눈
- 북관 백석
- 명시 감상
- 고둥껍질
- 하얀 별
- 사랑
-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