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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차크 타르카이 
Itzchak Tarkay 
Israeli, 1935-2012 
 
TARKAY SERIGRAPH "NEIGHBORS II 
 2008  

serigraph in color 
Prints & Graphic Art 
18" x 17.875"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험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뎁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이 하나 없네 

 

 

 

 

 

 

※출처:《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6.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시인의 시는 유쾌하고 유니크하다. 또 인성을 담은 뛰어난 서정시다. 그의 시는 손등에 와닿는 햇살처럼 따사롭고 옷깃을 스치고 가는 바람처럼 쓸쓸하다. 그의 시의 미소 속에는 천진하게 웃고 있는 깨달음의 경계가 번득인다. 언제나 선천성 그리움을 앓는 시인이다.
저자
함민복
출판
창작과비평사
출판일
1996.10.10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밥과 시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생각해 볼 때가 많습니다. 산다는 일은 밥 먹는 일이고 밥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는 일이기에 말입니다. 밥이란 바로 삶이고, 삶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고 실제적인 힘이기에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육신의 근본 에너지인 것이지요. 

 

그러니 밥은 바로 삶이면서 생명이고 목숨이 아닐 수 없지요. 따라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일은 서로 사랑을 나누는 일이고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일이기에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일인 것입니다. 밥은 삶이고, 생명이며, 사랑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시인이 온 뜻과 정성을 댜해 쓰는 시란 무엇인가요? 그것이 과연 밥벌이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아무도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시 쓰는 일이란 자신과 싸우는 일이고 언어와 격투를 벌이는 일이기에 그 어떤 현실적인 생계수단이 되기 어려울 게 분명하지요. 

 

다만,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를 극복하고, 존재를 증명하고 실천하며, 자기 구원을 향해 나아가면서 이웃을 사랑하고 민족어의 완성을 위해 진력해 가는 그야말로 순수한 작업, 지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기에 그 자체로서 보람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대가나 보상이란 부차적인 일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시인도 역시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일 터, 그러기에 온 정성과 힘을 기울여 창작한 시가 아무런 현실적 보상이나 대가가 없다면 참으로 어려운, 또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러기에 함 시인은 시를 '쌀 두 말, 국밥 한 그릇, 소금 한 됫박' 과 등가로 인식함으로써 시를 바로 삶 또는 생명 및 사랑 그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밥이 육신에 에너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도 정신에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가 바로 밥이며, 아니 시가 오히려 밥보다도 소중한 것일 수 있다는 작은 발견 속에 큰 깨달음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365일 매일 하루 세 끼 밥만 챙겨 먹지 말고 이젠 시를 정신의 양식으로 일용해야 하겠습니다.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함민복 시인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 출생. 3남 3녀의 막내. 할아버지까지는 귀족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세기 후반, 강릉 지방의 토호였는데 어떤 변란에 연루돼 충주로 피난을 내려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농부였다. 


함민복이 태어난 마을은, 시인의 마을이었다. 신경림을 비롯해, 이름을 알 수 없는 월북시인, 시운동 동인이었던 정한용 시인, 지순 시인 등이 바로 그 마을에서 태어났다. 


함민복의 시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름답게 등장할 때는, 그가 유년 시절의 고향을 떠올릴 때이다. 그는 수도전기공고에 입학하면서부터 내내 유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전기공고에 입학할 때, 보증인을 두 명씩이나 세워, 함부로 그만둘 수도 없었다. 군대 같은 공고 생활을 마치고, 기능사 2급 자격증을 들고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취직할 때에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공고에서 결정된 그의 삶은 당분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1987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 재학 중인 1988년에 계간〈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9년에는 〈아동문학평론〉에 ‘강’으로 동시 추천을 받았다. 


1990년 첫 시집 『우울 氏의 一日』을 냈고, 그 후 〈21세기-전망〉 동인으로 활동할 때 썼던 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시편들을 모아 『자본주의의 약속〉〉이란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였다. 시인 친구들과 금호동에서 함께 살며 썼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를 엮으며 서울을 떠나 강화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1996년 문화관광부 주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였고 2003년 첫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를 발간하였다. 


강화도 바닷가 마을에서 어부들과 함께 살며 썼던 시 편들을 정리해 10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냈고 이 시집으로 제7회〈박용래 문학상〉, 제24회〈김수영 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강화도에 살며 아직 시를 쓰고 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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