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u Ya-Tsai Taiwanese, 1949 - 2013 Youth in Vibrant Attire, circa 2005 oil on canvasPainting 131.5 x 97.5 cm. 홍탁 송수권 지금은 목포 삼합을 남도 남합이라고 부른다 두엄 속에 삭힌 홍어와 해묵은 배추김치 그리고 돼지고기 편육 여기에 탁배기 한 잔을 곁들면 홍탁 이른 봄 무논에 물넘듯 어, 칼칼한 황새 목에 술 들어가네. 아그들아, 술 체엔 약도 없단다 거, 조심들 하거라 잉! 지금은 목포 삼합을 남도 삼합이라고 부른다 ※출처: 《언 땅에 조선매화 한 그루 심고》, 시학, 2005. □ 정끝별 시인 감상 영혼이나 기질은..
R.C. Gorman Native American | 1931 - 2005 Rosalie, 1982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8 x 35 inches 어머니 오탁번 어머니, 요즘 술을 많이 마시고 있읍니다 담배도 많이 피웁니다 잘못했읍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읍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잊지 않겠읍니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푹 자겠읍니다 어머니! ※출처:《오탁번 시전집》, 태학사, 2003. □ 정끝별 시인 감상 '읍니다'라고 자판을 치니 '습니다'로 자동변환됩니다. 악착같이 '읍니다'로 바꾸어놓습니다. 어릴 적 가정통신문에 써주셨던 어머니의 '슴니다'도 기억납니다. 그때도 악착같이 '읍니..
Sean Christopher Wyeth 1953 br. Barn, Late 20th c. Watercolor Works on Paper 11 1/2 x 19 1/2" 오미자술 황동규 오미자 한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 익기를 기다린다. 아, 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 예쁘다. 막소주 분자分子가 설악산 오미자 기개에 눌려 하나씩 분자 구조 바꾸는 광경. 매일 살짝 보며 더 익기를 기다린다. 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 부서지기로 마음먹는다. 가볍게 떫고 맑은 맛! 욕을 해야 할 친구 만나려다 전화 걸기 전에 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출처:《몰운대행》, 문학과지성사, 1991. ..
Chiu Ya-Tsai Taiwanese, 1949-2013 Lady in Floral Dress, 1994 Oil on canvas Painting 130 x 97 cm 등단 이후 한명희 시인 되면 거 어떻게 되는 거유 돈푼깨나 들어오우 그래, 살맛 난다. 원고 청탁 쏟아져 어디 줄까 고민이고, 평론가들, 술 사겠다고 줄 선다. 그뿐이냐. 베스트셀러 되어 봐라. 연예인, 우습다. 하지만 오늘 나는 돌아갈 차비가 없다. ※출처:《시집읽기》, 시와시학사, 1996.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시인 등단, 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꿈꿔 볼 만한 일일 겁니다. 신문잡지에 당선 소감이며 사진도 실리고 작품이 수록돼서 온 ..
Jenő Medveczky Hungarian, 1902-1969 MEDVECZKY JENŐ (1902-1969) - Íriszek vászon 50x40,5 cm 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이병률 상가喪家 음식에서 착한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하는 데 오래 모르는 문상객들 틈에 앉아 눈 맞춰가며 그래도 먹어야 하는 일이 괜찮아진 지 오래 조금 싸다가 한 며칠 차려 먹으면 좋겠다 싶게 상가 음식은 이 세상 마지막 맛인 듯 만나고 상가를 지키는 이들의 말소리는 생전에 가장 달고 배고프지 않았는데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지 몰라 나무젓가락 포장지 접은 걸로 탁자 밑에 알지도 못하는 글씨를 쓰고 있노라면 국 한 그릇 더 떠오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