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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이후 - 한명희」, 시인 되면 거 어떻게 되는 거유 돈푼깨나 들어오우 그래, 살맛 난다. 원고 청탁 쏟아져 어디 줄까 고민이고, 평론가들, 술 사겠다고 줄 선다. 그뿐이냐. 베스트셀러 되어 봐라. 연예인, 우습다.
나는나무 2024. 12. 23. 12:33
Chiu Ya-Tsai
Taiwanese, 1949-2013
Lady in Floral Dress,
1994
Oil on canvas Painting
130 x 97 cm
등단 이후
한명희
시인 되면 거 어떻게 되는 거유
돈푼깨나 들어오우
그래, 살맛 난다.
원고 청탁 쏟아져 어디 줄까 고민이고,
평론가들, 술 사겠다고 줄 선다.
그뿐이냐.
베스트셀러 되어 봐라.
연예인, 우습다.
하지만
오늘 나는
돌아갈 차비가 없다.
※출처:《시집읽기》, 시와시학사, 1996.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시인 등단, 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꿈꿔 볼 만한 일일 겁니다.
신문잡지에 당선 소감이며 사진도 실리고 작품이 수록돼서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는 영예로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청운의 부푼 꿈을 꾸면서 자신만만 유명 시인이 돼 갈 것을 고대하기 마련인 것이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는지요?
이른바 시의 기법에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라는 게 있습니다.
하나의 꿈 또는 환상이 고조되다가 급전직하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하는 반전의 기법인 것이지요.
바로 이 시는 그렇게 등단의 꿈, 찬란한 기대를 갖고 살아가다가 현실의 냉정한 실상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순간에 느끼는 충격을 낭만적 아이러니로써 날카롭게 포착한 시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낭만적 아이러니란 현실과 꿈과 같이 반전을 거듭하는 인생의 본모습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한명희 시인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수료했습니다.
1992년에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집읽기』 『두 번 쓸쓸한 전화』 등이 있고,
수필집과 여러권의 번역서들을 냈습니다.
지금은 강원대학교에서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한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