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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OreansMy  

German, 1874-1963

 

mother, 

1935 

 

Oil on canvasPainting 

63,5 x 46 cm

 

 

 

 

 

노모老母  

 

                  문태준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출처:《가재미》, 문학과지성사,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입에 들어온 밥알 하나라도 흘릴세라 입 꼭 다문 채 지극함으로 꼭꼭 씹곤 하셨던 어머니, 평생 입가에 복스런 골짜기 생기셨습니다. 오물오물 씹을 때마다 오묘한 우물 같았습니다. 

산새 소리부터 으름덩굴까지 오물오물 다 받아먹었던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삼신할미의, 설문대할망의, 마고할미의 쪼글한 입술가 골짜기도 그리 깊고 아름다웠겠습니다.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문태준 시인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산문집 『느림보 마음』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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