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MALL

InSuk Park   

Korean, 1944

 

Persimmon tree, 

2012   

 

oil on canvas Painting   

31.8×40.9cm

 

 

 

 

 

십오 촉  

 

                        최종천 

 

 

익을 대로 익은 홍시 한 알의 밝기는 

오 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볼 때마다 

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 

따 먹지 못하는 홍시는 

십오 촉은 될 것이다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필라멘트 

이백이십짜리 전구를 백십에 꽂아 놓은 듯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떨어지지 않는 

십오 촉의 긴장이 홍시를 켜 놓았다 

그걸 따 먹고 싶은 

홍시 같은 꼬마들의 얼굴도 커져 있다 

 

 

 

 

 

※출처:《눈물은 푸르다》, 시와시학사, 2002. 

 

 


□  정끝별 시인 감상 

 

식욕이란 얼마나 자극적이고 강한 것인지요. 

누군가는 음식 영상을 보며 "아, 저건 정말 포르노야!"라고 했다지요.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지 못하는' 무능과, '따 먹어서는 안되'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욕망! 

저 홍시와, 홍등과 정육점과 입술과 심장과 교회의 십자가까지가 모두 환한 꽃등燈 빛깔을 띠고 있는 이유, 알만합니다!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최종천 시인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시집으로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고양이의 마술』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 『그리운 네안데르탈』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노동과 예술』이 있다.  

※출처: 알라딘 작가파일, 최종천 

 

 

 

 

LIST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