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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sia Roszak   

Scottish 

 

LITTLE SISTER   

 

oil on canvasPainting   

91.5cm x 61cm 

 

 

 

 

 

오감도  

 

                     이상  

 

 

시제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달은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오.)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출처: 조선중앙일보 1934. 7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1930년대에 이런 정도의 파격적인 시가 쓰이고 발표됐다는 것(조선중앙일보 1934. 7)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월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운운하던 초기 시단 형성기에 이처럼 기괴한(?) 시가 발표됐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문화적 충격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지요. 

 

여러 해석들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가능하겠지만, 한마디로 이 시는 기성의 문학적 관습에 대한 반역과 해체를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 속에 수학의 언어인 숫자가 사용되고, 사회적 약속이라 할 띄어쓰기 원칙이 전적으로 무시된 것이 우선 그러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반복과 괄호 기법의 사용은 당시로서 시적 관습을 과감하게 부정하고 해체하려 한 혁명적 실험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것은 기성 관습에 대한 부정이고 상투적인 시법에 대한 반역을 의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삶이란, 자연이란 얼마나 권태롭고 진부한 것입니까?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사,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의 반복적 순환, 그것은 진보적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상의 말대로 '초록의 공포'란 말이 있지요. 해마다 봄이 되면 초록 나무들이 살아나는 것입니다. 

해마다 색깔이 바뀌지 않고 세세년녀 초록의 감옥에서 해방되지 못하면서 초록만 되풀이되니 참으로 질식할 일 아닙니까? 

마치 우리네 일상이 밥 먹고, 배설하고, 자고 다시 일어나 먹으면서 사시사철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처럼 권태롭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요. 일상의 감옥 또는 일상의 지옥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에 대한 반역과 해체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감옥, 초록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른바 '낯설게 하기'. '뒤집어 보기'를 실험한 것이지요. 

기존의 도덕관습을 확 뒤집어 버리고 상투적인 시의 방법을 해체하여 낯설게 함으로써 새롭게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낯설게 하기란 뒤집어 보기일 수 있고, 새롭게 보기일 수 있는 것이지요. 

또 새롭게 보기란 자유롭게 보고자 하는 자유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며, 자유롭게 보기 또한 결국 내가 주인이 돼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는 주체의 정신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꾸만 새롭게 하려다 보니 시가 낯설게 되고, 온갖 기법을 시도하다 보니 관습적인 눈,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면 난해하고 불온한(?) 모습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시에서 무슨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 역시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상의 되풀이를 숫자의 열거와 구문의 반복으로 늘어놓음으로써 권태로움과 지루함을 드러내고 그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 것일 뿐인 것이지요. 

20~30년대 당대의 시들이 대부분 감상적인 풍조와 카프류의 선동선전시로 가득 차 있는 데 대한 비판과 야유의 성격도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숫자와 기하학적인 배열로서 당대 시의 감상성을 배제하는 것과 함께 고함소리 난무하고 이데올로기로 뜨거운 당시 카프류의 선동서전시에도 반역을 의도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시가 도식적, 기계적이고 건조하며 난해한 실험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사회적 관습에도 저항하고 문학적 이데올로기의 메시지 전달도 무력화시킴으로써 해체시, 실험시, 무의미시를 새롭게 시도했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이상의 시는 기성의 관점, 또는 보수주의적 사관으로 보면 피가 통하지 않는 난해시, 또는 더 나아가서 가짜시로 여겨질 수도 있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상의 시는 우리 현대시사에서 하나의 거대한 물음표입니다. 

자아와 세계 인식에 혁명성을 불어넣고 문학적 관습에 파격성을 시도함으로써 우리 문학사에 근대성(modernity)이란 무엇이며, 근대 정신이란 또 어떠해야 하는가를 선명히 보여 준 선구적 업적인 것입니다. 

그의 이러한 반역과 저항을 통해 우리의 낡은 역사가 진보해 가고 문학이 혁명적 전환을 이룩할 수 있게 됐다는 말씀입니다.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이상(1910~1937) 시인 

 

 

 

 

1910년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김해경, 본관은 강릉이다. 여덟 살 되던 해 신명학교에 입학하여 화가 구본웅과 만나 오랜 친구로 지냈다. 학창 시절, 미술에 관심이 많아 화가를 꿈꾸다가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학교 추천으로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발령받아 근무했다.

 

1930년,잡지 《조선》 국문판에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장편 소설 「십이월 십이 일」을 ‘이상(李箱)’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했다.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서양화 「자상」이 입선하고,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로 쓴시 「이상한가역반응」 등 20여 편을 발표했다. 폐결핵으로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를 그만둔 후, 1933년 서울 종로1가에 다방 ‘제비’를 개업했다.

 

1934년 박태원, 정지용, 이태준 등의 도움으로 연작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발표하고 ‘구인회’ 회원이 되었다. 1936년 구인회 동인지 《시와 소설》 창간호를 발간하고 단편 소설 「지주회시」, 「날개」를 발표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1936년 가을, 일본 도쿄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37년 2월에 ‘사상 혐의’로 일본 경찰에피검되어 조사를 받던 중 폐결핵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같은 해 4월, 스물여덟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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