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MALL

Sean Christopher Wyeth   

1953 br.

 

 

Barn, Late 20th c.   

 

Watercolor 

Works on Paper 

11 1/2 x 19 1/2" 

 

 

 

오미자술   

 

                       황동규  

 

 

오미자 한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 

익기를 기다린다. 

아, 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 

예쁘다. 

막소주 분자分子가 

설악산 오미자 기개에 눌려 

하나씩 분자 구조 바꾸는 광경. 

매일 살짝 보며 더 익기를 기다린다. 

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 

부서지기로 마음먹는다. 

가볍게 떫고 맑은 맛! 

욕을 해야 할 친구 만나려다 

전화 걸기 전에 

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출처:《몰운대행》, 문학과지성사, 1991.

 

 

 


□  정끝별 시인 감상 

 

오미자, 어여뿐 누이의 복사빛 볼이 떠오르는 이름. 

명자나무 하면 떠오르는 바알간 꽃빛 같은. 

보해소주 30도 분자들을 물들인 오미자술. 

그 한 잔의 사랑, 한 잔의 용서, 한 잔의 기쁨, 그리고 한 잔의 비애, 한 잔의 고통, 한 잔의 분노· · · · · ·. 

인생의 몰약이자 마약, 명약이자 독약! 

저리 불타오르는 물, 폭발하는 물! 

"입과 항문 사이클 온통 황홀케 하는 술, 계속 익을까?"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황동규 시인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영국 에든버러 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어떤 개인 날』 『풍장』『악어를 조심하라고?』 『외계인』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꽃의 고요』 『겨울밤 0시 5분』 『사는 기쁨』 『연옥의 봄』 『오늘 하루만이라도』 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대문학상 · 이산문학상 · 대산문학상 · 미당문학상 ·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출처: 알라딘 작가파일, 황동규 

 

 

 

LIST

'좋은 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밥 - 엄재국」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2) 2024.12.23
「오감도 - 이상」, 시제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달은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3) 2024.12.23
「십오 촉 - 최종천」, 익을 대로 익은 홍시 한 알의 밝기는 오 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볼 때마다 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 따 먹지 못하는 홍시는  (0) 2024.12.23
「등단 이후 - 한명희」, 시인 되면 거 어떻게 되는 거유 돈푼깨나 들어오우 그래, 살맛 난다. 원고 청탁 쏟아져 어디 줄까 고민이고, 평론가들, 술 사겠다고 줄 선다. 그뿐이냐. 베스트셀러 되어 봐라. 연예인, 우습다.  (0) 2024.12.23
「노모老母 - 문태준」,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아름답다  (0) 2024.12.2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