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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엄재국」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나는나무 2024. 12. 23. 20:01
Alicja Kappa
Polish, 1973
Spirng,
2023
Acrylic, Oil, Canvas,Painting
100 cm x 100 cm
꽃밥
엄재국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출처:《정비공장 장미꽃》, 애지,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할머니 불 지펴 꽃 피워냅니다.
크고 환한 목단꽃이라든가 작약꽃이라든가.
덩달아 부지깽이에도 할머니 눈 속에도 작고 여린 꽃 피었습니다.
홍매화라든가 복사꽃이라든가.
마른 만큼 피워 올리는 불꽃도 환하겠습니다.
이팝꽃이라든가 안개꽃이라든가.
할머니, 꽃으로 밥 짓습니다.
밥물 넘쳐나고 고소한 밥뜸 냄새 가득합니다.
한 철 한 마을은 먹이고도 남겠습니다.
세상 밥은 꽃으로부터 옵니다.
꽃밥천지입니다.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엄재국 시인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고,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정비공장 장미꽃}이 있다. {정비공장 장미꽃}이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현재 시와 조각과 사진을 결합시킨 ‘Art Poem'을 {애지}에 연재 중에 있다.
엄재국의 {나비의 방}은 대상과 주체 사이를 연속성의 관계로 파악하여 수직의 세계를 수평의 세계로 환원시킨다. 그는 인식의 충격과 전환을 낳는 이접移接의 시학, 난독亂讀의 자연에 대한 에로티시즘의 시학,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시학을 추구한다. 자연의 사물들이 육체 속에 품고 있는 고뇌와 실존, 에로스의 생명에너지를 주목하여 그들과 일체一體가 되려는 통합 욕망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전통적인 서정 시인이다. 그러나 그에게 자연의 세계는 근원적으로 의미를 확정할 수 없는 물성物性과 본성本性을 지닌 가혹한 육체,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지닌 규정 불가능한 육체다.
사물들은 하나의 이름, 하나의 의미, 하나의 구조로 확정될 수 없는 유동적 존재물이고 관능적 생명체다. 자연의 사물들에 대한 시인의 이러한 중층적 인식과 낯선 상상력이 사물들을 자유롭게 결합시켜 획일화된 서정의 세계를 흔든다.
이메일 주소 : udh414@hanmail.net
※출처: 알라딘 작가파일, 염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