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known Harbor Town Oil on canvas 29 3/4 x 39 3/4 inches 줄포만 안도현 바다는 오래된 격지를 뜯듯이 껍질을 걷어 내고 있었다 개펄이 오목한 볼을 실룩거리며 첫 아이 가진 여자처럼 불안해서 둥그스름 배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붉은어깨도요 1664마리, 민물도요 720마리, 알락꼬리마도요 315마리에게 각각 날개를 달아주고 눈알을 닦아주었다 그들의 부리를 매섭게 갈아 허공에 띄워 올리는 일이 남았다 가을 끄트러머리쯤에 포구가 폐쇄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눅눅한 사타구니로 자글자글 습기가 번질 것 같다 어머니가 먼저 녹슬고 서글퍼져서 석유곤로에 냄비를 얹겠지 나는 가무락조개 빈 껍질처럼 하얗고 얇구나 수평선을 찢을 배 한..
토마스 벤자민 케닝턴 Thomas Benjamin Kennington British, 1856-1916 The Wedding Dress 1889 Oil on canvas Painting 112 by 87cm 애너벨 리 에드거 앨런 포 옛날 아주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실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ㅡ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아무 생각이 없었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 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
테오 반 리셀베르게 Théo van Rysselberghe Belgian, 1862 - 1926 Le modèle assoupi (1924) - The sleeping model, 1924Canvas Painting 105 x 116 cm 목소리들 이원 돌, 거기까지 나와 굳어진 것들 빛, 새어 나오는 것들, 제 살을 버리며 벽, 거기까지 밀어본 것들 길, 거기까지 던져진 것들 창, 닿지 않을 때까지 겉, 치밀어 오를 때까지 안, 떨어질 곳이 없을 때까지 피, 뒤엉킨 것 귀, 기어 나온 것 등, 세계가 놓친 것 색, 파헤쳐진 것, 헤집어놓은 것 나, 거울에서 막 빠져나오는 중, 늪에는 의외로 묻을 게 많더군 너, 거울에서 이미 빠져나..
김 민 정 Kim Minjung Korean, 1980 FLOWER, 2020 Acrylic on canvas Painting 41/53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출처:《고은전집》, 김영사, 2003. 50질 한정판매!\n \n1958년 등단 초기의 탐미와 허무의 세계로부터 삶의 현장으로 돌아와 독재 정권에 온몸으로 맞섰으며, 뒤늦게 14개 국어로 번역된 작품들을 통해 국제적으로 높은 명성을 획득, 2002년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외신이 전해지기까지 했던 고은 시인의 문학 세계를 시 14권과 산문 7권, 자전 및 소설 10권, 기행 1권 등에 머리책 1권, 평론과 연구 5권을 덧붙인 총 38권을 ..
요르고스 스타토풀로스 Giorgos Stathopoulos Greek, 1944 BIRDS oil on hardboard Painting 40x50 cm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유하 바람이 낳은 달걀처럼 참새떼가 우르르 떨어져 내린 탱자나무 숲 기세등등 내뻗은 촘촘한 나무 가시 사이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참새들은 무사 통과한다 (그 무사통과를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바람의 살결을 닮으려 애쓰는가) 기다란 탱자나무 숲 무성한 삶의 가시밭길을 뚫고 총총히 걸어가는 참새들의 행렬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가시의 마음을 닮으려 애쓰는가) · · · · · · 난 얼마나 생의 무사통과를 열..
Graciela Rodo-Boulanger LUBLIN - GIRL ON BICYCLE 1982 POSTER Prints & Graphic Art 34 x 27 in.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나 개암나무 숲으로 갔네. 머릿속에서 타는 불 있어 나뭇가지 꺽어 껍질 벗기고, 갈고리 바늘에 딸기 꿰고 줄에 매달아, 흰 나방 날고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나는 냇물에 그 열매를 던져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 낚았네. 돌아와 그걸 마루 바닥에 놓고 불을 피우러 갔지. 그런데 뭔가 마룻바닥에서 바스락거렸고, 누가 내 이름을 불렀네: 송어는 사과꽃을 머리에 단 어렴풋이 빛나는 아씨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곤 뛰어나가 빛나는 공기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