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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벨 리 - 에드거 앨런 포」, 옛날 아주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실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ㅡ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아무 생각이 없었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는나무 2024. 9. 9. 08:02
토마스 벤자민 케닝턴
Thomas Benjamin Kennington
British, 1856-1916
The Wedding Dress
1889
Oil on canvas
Painting
112 by 87cm
애너벨 리
에드거 앨런 포
옛날 아주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실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ㅡ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아무 생각이 없었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 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했네.
그렇게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갔지.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천상에서도 우리의 반쯤밖에 행복하지 못했던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기했던 탓.
그렇지! 그것이 이유였지(바닷가 그 왕국 모든 사람이 알듯).
한밤중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히 숨지게 한 것은.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훨씬 강한 것
우리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ㅡ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ㅡ
그래서 천상의 천사들도
바다 밑 악마들도
내 영혼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떼어놓지 못했네.
달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그래서 나는 밤이 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거기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ㅡ
파도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ㅡ
※출처:《애너벨 리》, 민음사, 2000.
□ 황인숙 시인 감상
이 시의 주인공 애너벨 리의 모델은 포의 부인이자 사촌인 버지니아라고 한다. 포와 버지니아는 1836년에 결혼했다. 포의 나이 26세, 버지니아는 14세였다. 병약했던 버지니아는 극심한 가난 속에 살다가 1847년에 폐결핵으로 죽었다. 그 2년 뒤인 1849년은 「애너벨 리」가 쓰여진 해이며, 포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밤이 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거기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ㅡ
파도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ㅡ
몽환적이어서 그 애절(哀切)이 독자의 가슴을 더욱 후벼 파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시.
버지니아가 죽었을 때 덮은 건 포의 낡은 외투 한 장이었다고 한다. 그토록 절망스런 가난을 겪으면 삶에 대한 원한과 울분에 치일 수도 있으련만, 포는 그것을 삭이고 가라앉혀 순수의 한 경지에 이른 영롱한 시로 만들었다. 사랑과 슬픔의 힘으로 응결된, 영원히 그 빛이 바라지 않을 다이아몬드 같은 시, 「애너벨 리」.
포의 발성을 상상하며, 영어 원시(原詩)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 리듬, 시어의 그 슬프도록 고움에 홀려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이며 소리 내 잂고 싶어질 것이다. 「애너벨 리」를 더 감상하기 원하는 분께는, 짐리브스의 매혹적인 영시(英詩) 낭송이나 존 바에즈가 청순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를 추천하겠다.
※출처:《하루의 시》, 책읽는수요일, 2016.
□ 에드거 앨런 포 시인
(Edgar Allan Poe, 1809 ~ 1849)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비평가.
1809년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실종되고 어머니는 두 살 때 세상을 떠나자,
세 살 때 한 사업가 부부에게 입양되어 사랑을 받고 자랐다.
그러나 1826년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도박과 음주에 빠져 양부모로부터 최소한의 재정적 지원으로 잠시 수학했으나 졸업하지 못했다.
그 후 1835년에는 잡지사 편집인으로 근무,
그 이듬해 5월 클렘과 결혼했지만, 그녀는 생활고와 결핵에 시달리다 결혼 생활 6년 만에 사망했다.
그러자 포는 방탕한 생활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아
2년 후인 1849년 10월, 볼티모어의 길거리에서 쓰러져 마흔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검은 고양이』, 『모르그 가의 살인』, 『어셔 가의 몰락』, 『황금 풍뎅이』 등의 단편과
『애너빌 리』, 『갈가마귀』, 『엘도라도』 등의 시를 남겼다.
※출처: 예스24 작가파일, 에드거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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