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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정
Kim Minjung
Korean, 1980
FLOWER,
2020
Acrylic on canvas
Painting
41/53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출처:《고은전집》, 김영사, 2003.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아하, 그럴 수도 있군요. 이렇게 짧게, 단 아홉 단어만으로도 시가 될 수 있네요. 그렇습니다. 시란 때로는 고은 자신의 대하서사시집 《백두산》처럼 수만 행도 가능하지만 이처럼 몇 행만으로도 시 한 편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불과 아홉 단어 다섯 줄 속에 이 시는 매우 넓고 깊은 삶에 대한 성찰과 세계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대가의 일획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먼저 표면적으로는 등산 이야기이지요.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를 통해 산에는 올라갈 때도 힘들지만 정작은 내려올 때가 더 어렵고 위험하다는 깨달음을 제시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그 어떤 일하는 과정을 비유하는 듯싶습니다. 모두 다 산을 오르듯 목표를 향해 돌진해 가지만 실상 중요한 것은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이 더 문제이고 의미가 놓인다는 뜻입니다. 한 예로 돈도 벌 때가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은 벌고 난 후 어떻게 의미 있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무엇보다도 심층적으로 볼 때 이 시는 인생사를 상징하는 듯싶습니다. 시작할 때보다도 끝날 때, 일을 마친 후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네 인생사에서 처음 시작은 그럴듯하지만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 끝날 때 비참해지는 경우를 어디 한두 번 보아왔습니까.
아울러 사물의 밖을 보되 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면을 충실히 하라는 뜻과 함께 잘될 때보다 힘든 때, 잘 안 될 때를 생각하면서 힘내어 살아가라는 뜻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시는 눈에 보이는 세상 현상계에만 존재하지 말고 본질과 영원을 바라보며 살라는 속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우리의 주목을 환기합니다.
지난 시대 투쟁과 이념의 소용돌이를 거쳐서 다시 문학의 고향, 인간의 가슴으로 돌아온 한 노대가 고은 시인이 그 삶과 예술의 절정에서 피워 낸 절창이 바로 시 '그 꽃' 한 송이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인지 만해 축전 만해상 수상작으로서 지금도 백담사 경내에 시비로 새겨져 소슬하게 피어 있는 그 꽃 한 송이가 새삼 그리워지는 까닭일 겁니다.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고은 시인
1958년 문단에 나온 이래 시집, 소설, 평론집 등 저서 150여 권을 출간했다.
《고은 시 전집》,《고은 전집》,
서사시《백두산》,
연작시《만인보》등의 주요작품이 있다.
미국 버클리대 초빙교수,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단국대 석좌교수,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전 세계 23개 언어로 시, 소설 등이 번역 출간되었으며,
국내외 문학상 15개와 훈장을 수여받았다.
※출처: 김영사 작가파일,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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