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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정 
Kim Minjung 
Korean, 1980 

FLOWER, 
2020 

Acrylic on canvas 

Painting 

41/53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출처:《고은전집》, 김영사, 2003. 

 
고은전집
민족시인 고은 문학의 대결집! 원고지 12만매, 2만 4천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준비기간 3년, 편집기간 2년, 편집인원 100여명이 작업한 민족 문화의 정화 <고은 전집> 50질 한정판매! 1958년 등단 초기의 탐미와 허무의 세계로부터 삶의 현장으로 돌아와 독재 정권에 온몸으로 맞섰으며, 뒤늦게 14개 국어로 번역된 작품들을 통해 국제적으로 높은 명성을 획득, 2002년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외신이 전해지기까지 했던 고은 시인의 문학 세계를 시 14권과 산문 7권, 자전 및 소설 10권, 기행 1권 등에 머리책 1권, 평론과 연구 5권을 덧붙인 총 38권을 통해 총체적으로 정리했다.
저자
고은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03.01.09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아하, 그럴 수도 있군요. 이렇게 짧게, 단 아홉 단어만으로도 시가 될 수 있네요. 그렇습니다. 시란 때로는 고은 자신의 대하서사시집 《백두산》처럼 수만 행도 가능하지만 이처럼 몇 행만으로도 시 한 편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불과 아홉 단어 다섯 줄 속에 이 시는 매우 넓고 깊은 삶에 대한 성찰과 세계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대가의 일획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먼저 표면적으로는 등산 이야기이지요.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를 통해 산에는 올라갈 때도 힘들지만 정작은 내려올 때가 더 어렵고 위험하다는 깨달음을 제시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그 어떤 일하는 과정을 비유하는 듯싶습니다. 모두 다 산을 오르듯 목표를 향해 돌진해 가지만 실상 중요한 것은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이 더 문제이고 의미가 놓인다는 뜻입니다. 한 예로 돈도 벌 때가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은 벌고 난 후 어떻게 의미 있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무엇보다도 심층적으로 볼 때 이 시는 인생사를 상징하는 듯싶습니다. 시작할 때보다도 끝날 때, 일을 마친 후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네 인생사에서 처음 시작은 그럴듯하지만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 끝날 때 비참해지는 경우를 어디 한두 번 보아왔습니까. 

 

아울러 사물의 밖을 보되 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면을 충실히 하라는 뜻과 함께 잘될 때보다 힘든 때, 잘 안 될 때를 생각하면서 힘내어 살아가라는 뜻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시는 눈에 보이는 세상 현상계에만 존재하지 말고 본질과 영원을 바라보며 살라는 속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우리의 주목을 환기합니다. 

 

지난 시대 투쟁과 이념의 소용돌이를 거쳐서 다시 문학의 고향, 인간의 가슴으로 돌아온 한 노대가 고은 시인이 그 삶과 예술의 절정에서 피워 낸 절창이 바로 시 '그 꽃' 한 송이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인지 만해 축전 만해상 수상작으로서 지금도 백담사 경내에 시비로 새겨져 소슬하게 피어 있는 그 꽃 한 송이가 새삼 그리워지는 까닭일 겁니다.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고은 시인 

 

 

 

 

1958년 문단에 나온 이래 시집, 소설, 평론집 등 저서 150여 권을 출간했다.

《고은 시 전집》,《고은 전집》,

서사시《백두산》,

연작시《만인보》등의 주요작품이 있다. 

 

미국 버클리대 초빙교수,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단국대 석좌교수,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전 세계 23개 언어로 시, 소설 등이 번역 출간되었으며,

국내외 문학상 15개와 훈장을 수여받았다. 

※출처: 김영사 작가파일, 고은 

 

 

 
고은전집
민족시인 고은 문학의 대결집! 원고지 12만매, 2만 4천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준비기간 3년, 편집기간 2년, 편집인원 100여명이 작업한 민족 문화의 정화 <고은 전집> 50질 한정판매! 1958년 등단 초기의 탐미와 허무의 세계로부터 삶의 현장으로 돌아와 독재 정권에 온몸으로 맞섰으며, 뒤늦게 14개 국어로 번역된 작품들을 통해 국제적으로 높은 명성을 획득, 2002년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외신이 전해지기까지 했던 고은 시인의 문학 세계를 시 14권과 산문 7권, 자전 및 소설 10권, 기행 1권 등에 머리책 1권, 평론과 연구 5권을 덧붙인 총 38권을 통해 총체적으로 정리했다.
저자
고은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03.01.09

 

 
백두산(한국대표 명시선 100)
『백두산』은 고은 시인이 장시 백두산을 비롯한 자신의 대표시 29편을 골라 뽑았다. 초기시 ‘문의마을에 가서’에서부터 시인이 유신과 군부독재의 암흑기에서 민주화에의 열망으로 써내려간 뜨거운 시편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작업을 조국의 산하와 민초의 것으로 돌리는 시편들이 망라되어 있다.
저자
고은
출판
시인생각
출판일
2013.07.31

 

 
만인보(29 30)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 고은의 연작시편 『만인보』. 이번 신간에는 이전 작업에서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룬 「봉하 낙화암」을 비롯해 당대인물들(수경 문정현 안선재 김신용 등)을 다루고 있거나, 시인의 기지가 잘 발휘되는 역사의 이면 존재한 인물(「약횡」)들과 친일행적을 비판하는 시들(「함석창」 「백씨」 「현영섭」 「박상현」 「박춘금」 등) 또한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 신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편들은 5·18 광주에 대한 소재들이다. 1980년 5.18 광주항쟁 직후 감옥에서 구상한 만인보의 종착지가 광주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광주 시편들은 가감없는 잔혹한 장면들의 묘사로 당시의 참혹함을 전해주는 한편 인간의 광기와 폭력성을 밑바닥까지 파헤쳐 부당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저자
고은
출판
창비
출판일
201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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