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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나 개암나무 숲으로 갔네. 머릿속에서 타는 불 있어 나뭇가지 꺽어 껍질 벗기고, 갈고리 바늘에 딸기 꿰고 줄에 매달아, 흰 나방 날고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나는나무 2024. 9. 8. 11:00
Graciela Rodo-Boulanger
LUBLIN - GIRL ON BICYCLE
1982
POSTER
Prints & Graphic Art
34 x 27 in.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나 개암나무 숲으로 갔네.
머릿속에서 타는 불 있어
나뭇가지 꺽어 껍질 벗기고,
갈고리 바늘에 딸기 꿰고 줄에 매달아,
흰 나방 날고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나는 냇물에 그 열매를 던져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 낚았네.
돌아와 그걸 마루 바닥에 놓고
불을 피우러 갔지.
그런데 뭔가 마룻바닥에서 바스락거렸고,
누가 내 이름을 불렀네:
송어는 사과꽃을 머리에 단
어렴풋이 빛나는 아씨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곤 뛰어나가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졌네.
우묵한 땅 솟은 땅을 헤매느라고
비록 나 늙었어도,
그녀 간 곳을 찾아내어
입 맞추고 손 잡으리:
그리하여 얼룩덜룩 긴 풀 사이를 걸으며
시간과 세월이 다할 때까지 따리라,
달의 은빛 사과,
해의 금빛 사과들을.
*잉거스: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미와 사랑의 신
※출처:《첫사랑》, 민음사, 2001
□ 황인숙 시인 감상
대개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은 청소년기에 예이츠의 시 한 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외 엮어 진흙 바른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을 심고, 꿀벌통 하나 두고,
벌들 잉잉대는 숲속에 홀로 살으리
이렇게 시작되는 「이니스프리 호도(湖島)」가 중학교 국어과 국정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이니스프리라는 지명도상큼했고, 지금 여기를 떠나 혼자 어디론가 가리라는 정서도 와 닿았고 리드미컬해서, 내 사춘기 시심(詩心)을 달콤하게 건드렸던 기억이 난다.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이 청년이 됐을 때, 예츠의 시 「술 노래」한 구절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가 한 주류회사의 광고 문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또래 대한민국 사람이 삼십대 막바지로 접어들 때, 예이츠 시의 한 조각이 별똥별처럼 떨어졌다. 어떤 이는 보고 어떤 이는 못 보았을 것이다. 중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릴 스트립에게 만나기를 청하는 쪽지에 적은 "흰 나방 날고 /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일 때". 바로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 한 구절이다. 흰 나방이 나니 여름이겠지. 나방 같은 별들 멀리서 반짝이는 여름이라면 오후 여덟 시쯤?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는 독자를 일상 현실로 사뿐 뛰어올라, 몽롱하고 아름다운 신화적(동양으로 치면 도가적?) 세계로 끌려들어가게 하는 시다. "머릿속에서 타는 불 있어", 그것은 아마도 사랑의 열망이겠지. 그 열망으로 헤매는 마음을 달래려고 어두운 밤 홀로 숲에 들어가 낚시를 한다. 이태백이 놀 만한 유유하고 청정한 환경이다. 그만한 여유가 예이츠의 시와 삶에 낭만을 허했을 것이다.
비의적 에로티시즘의 향기가 싱싱한 비린내처럼 피어오르는 시 「헤매는 잉거스의 노래」를 한 번 더 읽어본다. 생각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돌아간다. 나흘간의 사랑 뒤 영이별을 한 주인공들의 심경이 이렇지 않았을까?
"비록 나는 늙었어도, / 그녀 간 곳을 찾아내어 / 입 맞추고 손 잡으리; / 그리하여 얼룩덜룩 긴 풀 사이를 걸으며 / 시간과 세월이 다할 때까지 따리라, / 달의 은빛 사과, / 해의 금빛 사과들을."
※출처:《하루의 시》, 책읽는수요일, 2016.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1865~1939)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시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서,
‘최후의 낭만주의자’로 불리며
19세기의 낭만주의 시와 현대시의 가교역할을 한 시인이다.
1865년에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출생하여,
켈트족의 민담과 설화, 동양의 신비주의사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민족정신 고양을 위한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에 힘썼으며,
1923년에는 아일랜드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 <어쉰의 방랑>(1889), <쿨 호수의 야생백조>(1917), <탑>(1928), <나선계단>(1933) 등 많은 시집과
<시극전집>(1934), 켈트족의 민담 모음집인 <켈트의 여명>(1893),
자동기술법에 의해 자신의 독특한 사상체계를 담은 <비전>(1926, 1937) 등이 있다.
※출처: 알라딘 작가파일, 윌리업 버틀러 예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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