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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Ilsted 

Danish, 1861 - 1933 

 

Young woman in a white summer dress

standing by an open window at Liselund

 

oil on canvas Painting

40.3 x 43.2cm 

 

 

 

칼국수  

 

                   문인수  

 

 

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죽을 밀었다. 

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 

나는 거기 살평상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 

그때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흠 걸터앉으며 

물씬 흙 냄새 풍겼다 그리고 또 그렇게 

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 · · · · · 아 구름 구름밭, 

부연기와 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 

 

이 가닥 다 이으면 통화가 될까. 

혹은 긴 긴 동앗줄의 길을 놓으며 

나는 홀로 무더위의 지상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출처:《홰치는 산》, 천년의 시작, 2004. 

 

 


□  정끝별 시인 감상 

 

어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반죽을 만들어 방으로 내밀었습니다. 

네 살 위 언니는 빨래방망이로, 한 살 위 막내오빠는 소주병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밀가루를 뿌려가며 밀고 밀었습니다. 

둥그렇게 밀린 칼국수반죽을 돌돌 말아 채 써는 것도 언니 몫이었습니다. 

썰리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가 드디어 바쁘게 밀가루를 뿌리며 탈탈 털었습니다. 

털어서 채반에 어여쁘게 담아, 멸치나 바지락이나 팥 국물을 끊이고 계신 어머니에게 들고 갔습니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 그 뽀얗던 밀가루 냄새가 바로 어머니 땅의 어둠 냄새이자 물씬한 흙 냄새였군요!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문인수 시인 

 

 

 

194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뿔』 『홰치는 산』『동강의 높은 새』『쉬!』 『배꼽』 『적막 소리』 등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창작과비평사 작가파일,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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