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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먹는 밤 - 문정희 」, 오도독! 네 심장에 이빨을 박는다 이빨 사이로 흐르는 붉고 향기로운 피 나는 거울을 보고 싶다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먹는 여자가 보고 싶다
나는나무 2024. 12. 29. 20:53
Sam McKinniss
American, 1985
Still Life with Primroses,
Pears and Pomegranates
(after Fantin-Latour),
dated 2018
acrylic on canvas Painting
30 by 24 in.
석류 먹는 밤
문정희
오도독! 네 심장에 이빨을 박는다
이빨 사이로 흐르는 붉고 향기로운 피
나는 거울을 보고 싶다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먹는 여자가 보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져서
마녀처럼 두개골을 다 파먹는 여자
오, 내 사랑
알알이 언어를 파먹는다
한밤에 일어나 너를 먹는다
※출처:《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2004.
□ 정끝별 시인 감상
'바드득 이를 갈고 / 죽어 볼까요'리며,
둘이 함께 베고 자던 두동달이 베개를 홀로 끌어안으며 앙탈했던 소월의 시가 떠오릅니다.
오도독!, 때문이겠지요?
한밤중에 잠 못 이루며, 인사동에서 사온 터키산 석류를 먹습니다.
보석처럼 알알이 박힌.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게 하는 너, 한 알.
자다가도 또 보고 싶어 깨어나 바라보는 너, 두알.
늘 곁에 있어도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너, 세 알.
네 심장을 통째로 내 심장 속에 박아두고 싶은 너, 네알· · · · · · ·.
오, 내 사랑!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문정희 시인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 취득.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문정희 시집',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찔레', 아우내의 새', '남자를 위하여', '하늘보다 먼곳에 매인 그네',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나는 문이다', '오라 거짓 사랑아', '다산의 처녀' 등이 있다.
시선집 '어린 사랑에게',
시극집 '도미', 미국 뉴욕에서 영역 시집 'Wind flower', 'Woman on the terrace' 가 출판되었고 그 외에도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알바니아어 등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문학 포럼에서 올해의 시인상,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스웨덴 하뤼 마르틴손 재단이 수여하는 시카다(Cikada)상 등을 수상했다.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