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MALL

David Hockney 

British, 1937 

 

David Hockney, 

2020 

 

offset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6 x 38 cm  

 

 

 

 

밥을 먹으며  

 

                         장석남  

 

 

밥을 먹을 때 나는 자주 

밥 냄새 끝까지 달아나 있다 

밥의 기억 모두 낙엽져 앙상한 

마을, 내려와 넓은 숨을 쉬는 하늘가에서 

이름 버리고 

빈 그릇을 달그락거리기도 한다 

어느 미래에 나는 배고프지 않은 기억 밑으로 

수저를 던질 것인가 

내 영혼의 싱싱한 지느러미 속에 

차고 단단한 잔별들이 뜰 때 

나는 조용히 수저를 놓고 그들과 함께 

몸 비틀며 반짝일 것이다 

밥을 먹을 때 나는 자주 기억도 끝나는 곳을 病처럼 다녀오곤 한다 

 

 

 

 

 

※출처:《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2005. 

 

 


□  정끝별 시인 감상 

 

밥 냄새 끝은 어디쯤일까요. 

밥의 기억이 낙엽진 곳? 

이름을 버리는 곳? 

조용히 수저를 놓는 곳? 

밥그릇을 엎어놓으면 무덤을 닮은 이유? 

살기 위해 밥을 먹을 때마다 병病처럼 삶의 끝까지 달아났다가 돌아오곤 하는 영혼은 더더더 허기질 것만 같습니다. 

희디흰 저녁밥별들처럼요! 

그러니 때가 되면 또 먹는 거겠죠?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장석남 시인 

 

 

 

196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뺨에 서쪽을 빛내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산문집 『물의 정거장』 『물 긷는 소리』 『시의 정거장』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피일, 장석남 

 

 

 

LIST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