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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ald Norden 

British, 1912 - 2000

 

Still life with Bread, 

dated '88 

 

oil on board Painting 

28x38cm

 

 

 

 

말  

 

                    조원규  

 

 

새벽 다섯시 

나무의자에 앉아 

둥근 빵을 먹는다 

소리없는 칼을 넣어 한 조각 

잘라낸 

먼 해안처럼 둥글고 

사원처럼 적막한 

살로부터 환한 무엇 

허기 속으로 

떨어진다 

붉은 

새의 그림자처럼 빠른 

무언가가 

슬픔도 기쁨도 잊고 

우투커니 앉은 

내 속으로 떨어진다 

사라지는가 죽음? 

응, 사라진다 그것 

남은 빵을 바라본다 

 

 

 

 

 

※출처:《밤의 바다를 건너》, 문학동네,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새벽 다섯시 나무의자에 앉아 둥근 빵을 먹는 사람. 

소리 없는 칼을 넣어 잘라낸 빵 한 조각에서 먼 해안의 둥긂과 사원의 적막과 살의 환함을 보는 사람. 

빵 한 조각을 곰곰 씹어 삼키며 죽음을 떠올리는 사람. 

슬픔도 기쁨도 잊은 채, 제 속의 허기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사람. 

그 사람이 먹는 빵, 한없이 둥들고 한없이 적막하다. 

그 빵, 한없는 허기 속으로 사라진다. 

내가 빵이다. 
새벽마다 한 조각씩 사라지고 남은 빵이다. 

그 빵이 시인에게는 시였을까?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조원규 시인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독문학자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쳤다.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이상한 바다』, 『기둥만의 다리 위에서』, 『그리고 또 무엇을 할까』,『아담, 다른 얼굴』, 『밤의 바다를 건너』, 『난간』 등을 냈으며, 

 

번역서로는 안겔루스 질레지우스의 『방랑하는 천사』,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나펠루스 추기경』,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 탱고』 『호수와 바다 이야기』, 『달빛을 쫓는 사람』, 『소박한 삶』, 『노박씨 이야기』, 『성경 이야기』, 『유럽의 신비주의』 등이 있다.  

※출처: 예스24 작가파일, 조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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