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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Hockney  

British, 1937

 

'Untitled',  Produced in 2020 

 

Offset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6cm x 35cm 

 

 

 

백두산  

 

                     박봉우  

 

 

높고 넓은 

또 슬기로운 

백두산에 우리를 올라가게 하라 

무궁화도 

진달래도 

백의(白衣)에 물들게 하라 

서럽고 서러운 

분단의 역사 

우리 모두를 

백두산에 올라가게 하라 

오로지 한 줄기 빛 

우리의 백두산이여 

사랑이 넘쳐라 

온 산천에 해가 솟는다 

우리만의 해가 솟는다 

우리가 가는 

백두산 가는 길은 

험난한 길 

쑥잎을 쑥잎을 먹으며 

한 마리 곰으로 태어난 

우리 겨레여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분단 극복과 통일의 염원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 21세기에는 우리 민족 모두의 소망인 남북분단이 극복되어 통일로 다가서는 발판이 마련돼야만 하리라 생각하고, 또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이즈음엔 이러한 분단 극복이나 통일 지향을 노래하는 시가 유행처럼 부쩍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 어둠의 시대인 70년대 초에 힘주어 분단 극복을 노래한 시는 찾아보기 어렵던 실정이었지요. 그러한 폭압과 질곡의 시대인 유신 시대에 박봉우 시인은 바로 이 「백두산」을 써서 힘차게 분단 극복과 통일에의 갈망을 노래하여 관심을 끕니다. 

 

하기야 이미 50년대에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風景), 아름다운 풍토(風土)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라는 시 「휴전선(休戰線)」으로 분단의 비극을 날카롭게 노래했던 시인이 바로 그분이 아니었습니까? 그만큼 박 시인의 현실 인식이 날카로웠으며 예언자적 지성이 돋보였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시 「백두산」은 오늘날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소망인 분단 극복에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백두산에 우리를 올라가게 하라"는 힘찬 명령법의 반복이 그러한 소망과 염원을 단적으로 말해 주기 때문이지요. 백두산이 우리 민족이 발상한 연원지이고, 신앙적인 성소(聖所)의 상징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무궁화와 진달래로 표상되는 분단의 비극도 백두산과 백의(白衣)라고 하는 민족적 운명 공동체 의식의 상징 앞에서는 한낱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 것이지요. 

 

비록 통일의 상징으로서 백두산 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쑥잎을 쑥잎을 먹으며/ 한 마리 곰으로 태어난/ 우리 겨레"로서는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는 민족적 저력이 잠재해 있는 게 분명할 것입니다. 바로 이처럼 투철한 민족의식과 민족에 대한 신앙적 애정이 이 시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오로지 한 줄기 빛/ 우리의 백두산이여/ 사랑이 넘쳐라/ 온 산천에 해가 솟는다/ 우리만의 해가 솟는다"라는 구절속에는 겨레의 소망으로서의 민족 통일과 민족의 밝은 앞날에 대한 신앙적인 낙관과 기다림이 담겨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모쪼족 새해엔 우리 민족이 백두산 가는 길에 밝은 서광이 비추이길 기도하는 마음 하늘만 합니다.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박봉우(1934~1990) 시인 

 

 

 

 

1934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광주서중과 광주고를 졸업한 뒤 전남대 정치학과에서 수학했다.

1952년 광주고 재학 당시 주간지 '문학예술'에 시 '석상의 노래'가 당선된 바 있으며.

1955년 강태열, 김정옥, 박성룡, 이일, 정현웅, 주명영 등과 시동인 '영도'를 결성했다.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휴전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휴전선'(1957), '겨울에도 피는 꽃나무'(1959), '사월의 화요일'(1962), '황지의 풀잎'(1976), '서울 하야식'(1986) '딸의 손을 잡고'(1987) 와 시선집 '나비와 철조망'(1991)이 있으며, 산문집 '사랑의 시인상'(1969) 등을 발간했다. 

 

'전라남도 도문화상', '현대문학상', '현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생전에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1990년 3월 1일, 전주시립도서관 촉탁사원으로 재직 중 지병으로 별세,

 

‘민족시인 박봉우 선생 장’(장례위원장:김중배)으로 전주시립효자공원묘지에 안장되었다.

2001년 임진강역 구내에 그의 대표 시 '휴전선'을 새긴 시비가 건립되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박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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