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zchak Tarkay Israeli, 1935-2012 What Might Have Been Color serigraphPrints & Graphic Art 21 ¾" x 19" 이름 없는 여인(女人)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리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Alicja Kappa Polish, 1973 Southern Relax, 2022 Acrylic, Oil, Canvas, Metal Painting 100 cm x 100 cm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출처:《모..
John Cunningham Scottish, 1926 - 1998 STILL LIFE OF FRUIT AND FLOWERS oil on canvas Painting 81.5cm x 71cm 떡 찌는 시간 고두현 식구들 숫자만큼 모락모락 흰 쌀가루가 익는 동안 둥그런 시루 따라 밤새 술래잡기하다 시룻번 떼어 먹으려고 서로 다투던 이웃집 아이들이 함께 살았다네 오래도록 이곳에. *시룻번: 떡을 찔 때 시루와 솥 사이에 김이 새지 않도록 바르는 반죽 ※출처:《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 정끝별 시인 감상 시루 구멍을 얇게 썬 무로 막습니다. 팥고물 한 대접을 넣고 고른 후..
Alexander Goudie Scottish, 1933 - 2004 Eater Table oil on canvas Painting 32.75" high x 43" wide 밥 천양희 외루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출처:《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작가정신, 1998.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저자천양희출판작가정신출판일1998.07.07 □ 정끝별 시인 감상 외로워서 먹는 밥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돌아서면 도로 허기집니다. 권태로워서 자는 잠은 아무리 많이 자도 잠이 잠을..
Josef Costazza Austrian, 1950 NOTTE INVERNALE Oil painting on canvas Painting 100 x 80 cm 저녁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1966년 [월간문학]에 발표된 시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눈물의 시인 박용래(朴龍來)를 기억하시는지요. 요즘같이 거칠고 소란한 세상에는 도무지 어울림 수 없는 사람이지만요. 그렇기에 더욱 그립고 소중하게 생각되는 시인이랍니다. 그야말로 토종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