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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f Costazza 

Austrian,  1950

 

NOTTE INVERNALE 

 

Oil painting on canvas Painting 

100 x 80 cm

 

 

 

 

저녁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1966년 [월간문학]에 발표된 시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눈물의 시인 박용래(朴龍來)를 기억하시는지요. 

요즘같이 거칠고 소란한 세상에는 도무지 어울림 수 없는 사람이지만요. 

그렇기에 더욱 그립고 소중하게 생각되는 시인이랍니다. 

그야말로 토종 한국인이고, 진짜 서정시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저 말고도 많으실 겁니다. 

 

저랑은 꼭 한 번, 그분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분 댁에서 잠깐 만났을 뿐이었지만요. 

만나자마자 덥석 손을 잡으시고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으시는 게 아니었겠습니까? 

무명 평론가를 그리도 따뜻하게 손잡아 주신던 그 순수한 마음이 지금도 마음에 찡하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그러할 겁니다. 

시와 인간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분이 세상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의 시에는 그만큼 인간의 본원적인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고, 슬프면서도 따뜻한 영혼이 스며들어 있는 듯싶습니다. 

 

그의 시에는 유난히도 "겨울, 저녁, 노을, 밤"과 같은 쓸쓸한 시간 배경과 "가랑잎, 눈발, 달빛, 들풀, 잡목숲" 등의 소박한 전원심상, 그리고 '운다, 떨어지다, 사라지다, 뉘우치다, 묻히다' 등과 같은 하강 시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언젠가 제가 '전원 상징과 낙하의 상상력'이라고 부른 적도 있습니다만, 그의 시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가 깉게 깔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이 지닌 본원적 모습으로서의 쓸쓸함과 인간의 영혼 깊이 자리한 생래적인 외로움에 대한 탄식이며 슬픔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시에서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와 같이 생명 감각을 일깨워 주는 서정적인 소재와 리듬 의식의 섬세함 결합은 한국적 서정의 한 본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박용래 시인 

 

 

 

1925년 충청남도 강경에서 태어나

강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은행에 입사했다.

1946년 정훈, 박희선과 함께 『동백』지를 창간했으며,

1947년 조선은행을 사직하고 시쓰기에 전념했다.

 

1955년 『현대문학』 6월호에 「가을의 노래」,

1956년 1월호와 4월호에 「황토길」과 「땅」이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되어 시단에 나왔다.

1969년 첫 시집 『싸락눈』을 간행하고 이듬해 제1회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으며,

1975년 두번째 시집 『강아지풀』,

1979년 세번째 시집 『백발의 꽃대궁』을 펴냈다.

1980년 11월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사후에 제7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전통적인 서정시의 가락에 섬세한 언어로 세공한 독자적인 형식을 입힌 그의 시는 전후 한국 현대시사에 중요한 자취로 새겨져 있다.  

※출처: 알라딘 작가파일, 박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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