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ja Kappa Polish, 1973 Spirng, 2023 Acrylic, Oil, Canvas,Painting 100 cm x 100 cm 꽃밥 엄재국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 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 ※출처:《정비공장 장미꽃》, 애지,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할머니 불 지펴 꽃 피워냅니다. 크고 환한 목단꽃이라든가 작약꽃이라든가. 덩달아 부지깽이에도 할머니..
Basia Roszak Scottish LITTLE SISTER oil on canvasPainting 91.5cm x 61cm 오감도 이상 시제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달은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
Sean Christopher Wyeth 1953 br. Barn, Late 20th c. Watercolor Works on Paper 11 1/2 x 19 1/2" 오미자술 황동규 오미자 한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 익기를 기다린다. 아, 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 예쁘다. 막소주 분자分子가 설악산 오미자 기개에 눌려 하나씩 분자 구조 바꾸는 광경. 매일 살짝 보며 더 익기를 기다린다. 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 부서지기로 마음먹는다. 가볍게 떫고 맑은 맛! 욕을 해야 할 친구 만나려다 전화 걸기 전에 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출처:《몰운대행》, 문학과지성사, 1991. ..
InSuk Park Korean, 1944 Persimmon tree, 2012 oil on canvas Painting 31.8×40.9cm 십오 촉 최종천 익을 대로 익은 홍시 한 알의 밝기는 오 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볼 때마다 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 따 먹지 못하는 홍시는 십오 촉은 될 것이다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필라멘트 이백이십짜리 전구를 백십에 꽂아 놓은 듯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떨어지지 않는 십오 촉의 긴장이 홍시를 켜 놓았다 그걸 따 먹고 싶은 홍시 같은 꼬마들의 얼굴도 커져 있다 ※출처:《눈물은 푸르다..
Chiu Ya-Tsai Taiwanese, 1949-2013 Lady in Floral Dress, 1994 Oil on canvas Painting 130 x 97 cm 등단 이후 한명희 시인 되면 거 어떻게 되는 거유 돈푼깨나 들어오우 그래, 살맛 난다. 원고 청탁 쏟아져 어디 줄까 고민이고, 평론가들, 술 사겠다고 줄 선다. 그뿐이냐. 베스트셀러 되어 봐라. 연예인, 우습다. 하지만 오늘 나는 돌아갈 차비가 없다. ※출처:《시집읽기》, 시와시학사, 1996.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시인 등단, 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꿈꿔 볼 만한 일일 겁니다. 신문잡지에 당선 소감이며 사진도 실리고 작품이 수록돼서 온 ..
Robert OreansMy German, 1874-1963 mother, 1935 Oil on canvasPainting 63,5 x 46 cm 노모老母 문태준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출처:《가재미》, 문학과지성사, 2006. ..
Jenő Medveczky Hungarian, 1902-1969 MEDVECZKY JENŐ (1902-1969) - Íriszek vászon 50x40,5 cm 어두운 골목 붉은 등 하나 이병률 상가喪家 음식에서 착한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하는 데 오래 모르는 문상객들 틈에 앉아 눈 맞춰가며 그래도 먹어야 하는 일이 괜찮아진 지 오래 조금 싸다가 한 며칠 차려 먹으면 좋겠다 싶게 상가 음식은 이 세상 마지막 맛인 듯 만나고 상가를 지키는 이들의 말소리는 생전에 가장 달고 배고프지 않았는데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지 몰라 나무젓가락 포장지 접은 걸로 탁자 밑에 알지도 못하는 글씨를 쓰고 있노라면 국 한 그릇 더 떠오며 ..
Alicja Kappa Polish, 1973 Zapachy lata, 2019 oil, acrylic, schagmetal, canvasPainting 100 x 100 cm 적막한 식욕 박목월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床에 올라 새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하는 쓸쓸한 식성. 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하고 손과 주인이 겸상을 하고 산나물을 곁들여 놓고 어수룩한 산기슭의 허술한 물방아처럼 슬금슬금 세상 얘기를 하며 먹는 음식. 그리고 마디가 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