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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a Roszak 

Scottish 

 

THE FIDDLEoil   

 

on canvasPainting 

100cm x 76cm 

 

 

 

 

 

밥 먹는 법   

 

                       정호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출처:《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창작과비평사, 1997. 

 

 


□  정끝별 시인 감상 

 

왼손잡이는 말합니다. 

밥 먹는 손이 왼손이면 안되나요? 

환경운동가는 힘주어 말합니다. 

밥 먹는 법은 잘 알아도, 먹다 남긴 음식이 자연을 상하게 한다는 건 배워도 잘 몰라요! 

저도 말합니다. 

밥 먹는 법은 나이마다 다르다고.

흘리면서 먹다, 놀면서 먹다, 시간 내서 먹다, 눈치보며 먹다, 찾아다니며 먹다, 누워서 먹는다고. 

마흔이 넘도록 여전히 젓가락질하는 법도, 혼자 밥 먹는 것도, 굶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만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참된, 밥 먹는 법은 도道에 이르는 길입니다!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정호승 시인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함께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별들은 따뜻하다』 『새벽편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당신을 찾아서』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영한시집 『부치지 않은 편지』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외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독일어, 조지아어, 몽골어 등의 번역시집이 있다.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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