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Hockney British, 1937 'Untitled', Produced in 2020 Offset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6cm x 35cm 백두산 박봉우 높고 넓은 또 슬기로운 백두산에 우리를 올라가게 하라 무궁화도 진달래도 백의(白衣)에 물들게 하라 서럽고 서러운 분단의 역사 우리 모두를 백두산에 올라가게 하라 오로지 한 줄기 빛 우리의 백두산이여 사랑이 넘쳐라 온 산천에 해가 솟는다 우리만의 해가 솟는다 우리가 가는 백두산 가는 길은 험난한 길 쑥잎을 쑥잎을 먹으며 한 마리 곰으로 태어난 우리 겨레여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분단 극복과 통일의 염원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 ..
Chiu Ya-Tsai Taiwanese, 1949 - 2013 Youth in Vibrant Attire, circa 2005 oil on canvasPainting 131.5 x 97.5 cm. 홍탁 송수권 지금은 목포 삼합을 남도 남합이라고 부른다 두엄 속에 삭힌 홍어와 해묵은 배추김치 그리고 돼지고기 편육 여기에 탁배기 한 잔을 곁들면 홍탁 이른 봄 무논에 물넘듯 어, 칼칼한 황새 목에 술 들어가네. 아그들아, 술 체엔 약도 없단다 거, 조심들 하거라 잉! 지금은 목포 삼합을 남도 삼합이라고 부른다 ※출처: 《언 땅에 조선매화 한 그루 심고》, 시학, 2005. □ 정끝별 시인 감상 영혼이나 기질은..
Chiu Ya-Tsai Taiwanese, 1949 - 2013 Girl with No Face Painted in 1994 oil on canvasPainting 76 x 50 ¾ in.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늘상..
R.C. Gorman Native American | 1931 - 2005 Rosalie, 1982 lithograph Prints & Graphic Art 28 x 35 inches 어머니 오탁번 어머니, 요즘 술을 많이 마시고 있읍니다 담배도 많이 피웁니다 잘못했읍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읍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잊지 않겠읍니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푹 자겠읍니다 어머니! ※출처:《오탁번 시전집》, 태학사, 2003. □ 정끝별 시인 감상 '읍니다'라고 자판을 치니 '습니다'로 자동변환됩니다. 악착같이 '읍니다'로 바꾸어놓습니다. 어릴 적 가정통신문에 써주셨던 어머니의 '슴니다'도 기억납니다. 그때도 악착같이 '읍니..
Chuah Siew Kek Malaysian, 1947 ORCHIDS Batik Decorative Art 43 cm x 57 cm 한란(寒蘭) 최승범 옥빛 꽃봉으로 해맑게 부풀더니 한 송이 또 한 송이 눈결에 또 한 송이 벙긋이 벙근 아침은 천하 온통 내 것일레 마음 들뜨지 말라 차분하라 잔잔하라 눈맞춤 눈을 돌려 책장을 펼쳐 들자 방 가득 옥빛 향기 일어 마음 다시 들썩이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난초만큼 선비들의 시문이나 서화에 즐겨 등장하는 소재 또는 제재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닐 겁니다. 난초 잎의 곧고 부드러운 선미(線美)는 흔히 선비들의 곧은 지절이나 멋스런 풍류를 일컫는 상징으로 쓰이곤 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