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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ja Kappa 

Polish, 1973

 

Hot Day, 

2022  

 

Acrylic, Oil, Canvas, Metal Painting 

100 cm x 100 cm 

 

 

 

생명  

 

                         김지하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 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생명이란 말은 김지하의 시로 들어가는 열쇠어이면서 동시에 그의 시 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이며, 주제이고 그의 마지막 목적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시는 생명에서 시작하여 생명을 통과하여 생명으로 완결된다는 뜻입니다. 

 

실상 그가 청년 시절 내내 몸바쳐 군사 독재에 저항하며 투쟁한 것도, 또한 영어 생활에서 풀려난 이후 내내 오늘날까지 줄기차게 전개해 오고 있는 생명 운동도 사실은 그러한 생명에 대한 가없는 사랑과 실천 의지를 반영한 것이지요. 

그에게 있어 생명은 절망이며 동시에 희망인 까닭입니다. 슬픔이며 기쁨이고, 기쁨이자 슬픔 그 자체라는 뜻이지요.

지하 자신이 말하듯이 '생명을 알려면 사랑을 알아야 하고, 사랑을 알려면 슬픔을 알아야만'하는 것이지요. 

 

생명은 혼자 태어나 육신과 정신의 갈등을 겪으며 살다가 한 줌 흙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기에 고독한 것이고 허무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생명은 슬픈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슬픔과 절망을 깨닫고 겪으면서 사랑은 조금씩 자라는 것이고 생명은 그 정수를 향해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라는 결구처럼 슬픔을 긍정하고 운명처럼 껴안고 사랑하는 일이 바로 생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나의 생명뿐 아니라 너의 생명, 그리고 나와 너를 바라보는 그와 저들의 생명까지도 모두 존중하며 함께 사랑하는 일 그것이 바로 인류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일일것이 분명하구요. 

※출처:《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  김지하 시인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중동고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였다. 

미국 사회연구대ㆍ서강대학교 대학원ㆍ제주대 명예박사. 명지대ㆍ동국대ㆍ원광대 석좌교수를 역임하였다. 8년여의 투옥 생활을 비롯한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1969년 ≪시인詩人≫ 지에 「황톳길」 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여 「오적五賊」 필화 사건을 겪었고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1975년 출옥 후 옥중기 「고행―1974」를 발표했고 재차 투옥되었다.

1999년 율려학회를 창립하고 ‘세계 생명문화 포럼’ 4년간 연속 회의를 주최하였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대되었고,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LOTUS 특별상ㆍ국제시인대회 위대한 시인상ㆍ브루노 크라이스키 인권상ㆍ 이산문학상ㆍ정지용문학상ㆍ대산문학상ㆍ만해문학상ㆍ시와시학상ㆍ만해대상(평화부문)ㆍ영랑문학상ㆍ경암학술상 예술부문ㆍ민세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외 다수가 있고, 산문집 『밥』 『생명』 『소곤소곤 김지하의 세상이야기』 등이 있다, 희곡 『나폴레옹 꼬냑』 과 시론 『풍자냐 자살이냐』등이 있고 기타 『율려란 무엇인가』 『생명학』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 등 107권의 저서를 펴냈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파일,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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