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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추모합니다 - 이성미」, 나는 읽는다 너는 가고 네가 남긴 책갈피에서 머리카락이 아침 국그릇에 떨어졌다 호수처럼 국물이 출렁, 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나는나무 2024. 12. 21. 16:07
Elizabeth Coyle
Brazilian, 1956
Sweet
acrylic on canvas Painting
Size: 91 x 123cm
추모합니다
이성미
나는 읽는다 너는 가고
네가 남긴 책갈피에서
머리카락이
아침 국그릇에 떨어졌다
호수처럼 국물이
출렁, 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출처:《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문학과지성사, 2005.
□ 정끝별 시인 감상
누구의 머리카락이었을까.
네가 가고 내가 읽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너는 누구였을까.
사랑의 빈자리는 넓기만 합니다.
사랑이 머물다간 흔적을 머리카락 한 올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더럭, 터럭 한 올이었겠습니다.
그래도 산다는 건, 국 국물에 빠진 네 머리카락 한 올 건져내고 식은 국 국민 남기없이 떠먹는 일입니다.
국그릇에 밥을 통째로 말아 북북 떠먹는 일입니다.
둘이서 먹었던 밥을 혼자서 온전히 먹어내는 일입니다.
너의 흔적까지를 깨끗이 먹어치우는 일입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출처:《정끝별의 밥시이야기, 밥》, 마음의숲, 2007.
□ 이성미 시인
1967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였다.
2001년 『문학과사회』에 「나는 쓴다」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칠 일이 지나고 오늘』이 있다.
제5회 시로여는세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출처: 예스24 작가파일, 이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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