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마스트란젤로 Luigi Mastrangelo Italian, 1958 Green 2011 Acrylic on canvas Painting 70 x 50 cm. 생명 김지하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 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감상 생명이란 말은 김지하의 시로 들어가는 열쇠이면서 동시에 그의 시 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이며, 주제이고 그의 마지막 목적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시는 생명에서 시작하여 생명을..
이츠차크 타르카이 Itzchak Tarkay Israeli, 1935-2012 TARKAY SERIGRAPH "NEIGHBORS II 2008 serigraph in color Prints & Graphic Art 18" x 17.875"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험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뎁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르네 기엣 René Guiette Belgian, 1893-1976 Couple 1927 Gouache Painting 54 x 41,7 cm 백년(百年)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백년이라는 글씨 저 백년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백년 등을 대고 나란..
필리포 인도니 Filippo Indoni Italian, 1800-1884 A source of amusement 1877 oil on panel Painting 18¼ x 13 5/8 in.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것을 믿는다. 다만 그..
Unknown Harbor Town Oil on canvas 29 3/4 x 39 3/4 inches 줄포만 안도현 바다는 오래된 격지를 뜯듯이 껍질을 걷어 내고 있었다 개펄이 오목한 볼을 실룩거리며 첫 아이 가진 여자처럼 불안해서 둥그스름 배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붉은어깨도요 1664마리, 민물도요 720마리, 알락꼬리마도요 315마리에게 각각 날개를 달아주고 눈알을 닦아주었다 그들의 부리를 매섭게 갈아 허공에 띄워 올리는 일이 남았다 가을 끄트러머리쯤에 포구가 폐쇄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눅눅한 사타구니로 자글자글 습기가 번질 것 같다 어머니가 먼저 녹슬고 서글퍼져서 석유곤로에 냄비를 얹겠지 나는 가무락조개 빈 껍질처럼 하얗고 얇구나 수평선을 찢을 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