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신 그레고르츠크 Marcin Gregorczuk Polish, 1977 Cold Water 2023 acrylic (akryl) Painting 81 x 65 cm 있을 뻔한 이야기 이현승 유령들 낮에 켜진 전등처럼 우리는 있으나마나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파리채 앞에 앉은 파리의 심정으로 우리는 점점 더 희박해진다. 부채감이 우리의 존재감이다. 따귀를 때리러 오는 손바닥 쪽으로 이상하게도 볼이 이끌린다. 파리를 발견한 파리채처럼 집요하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메시지가 온다 미션-임파서블 40대 되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게 뭘까? 서점에 가봐야겠다. 삶은 여전히 지불유예인데, 우리는 살면서 한 가지 역할놀이만 한다. ..
안나 피오트로비악 Anna Piotrowiak Polish, 1983 Symfonia Nocy 2018 acrylic on canvas Painting 100 x 50 cm 가난의 골목에서는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
전 형 주 Jeon HyungJoo Korean, 1959 Mind Way 2017 oil on canvas Painting 60.6×72.7cm 고요의 입구 신현락 개심사 가는 길 문득 한 소식 하려는가 나무들 서둘러 흰 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위를 털면서 숲 속으로 사라지는 길도 금세 눈으로 소복하다 여기에 오기까지 길에서 나는 몇 번이나 개심(改心)하였을까 한 송이 눈이 도달할 수 있는 평심(平心)의 바닥 그것을 고요라고 부를까 하다가 산문에 서서 다시 생각해 본다 어느 자리, 어느 체위이건 눈은 불평하지 않는다 불평(不平)마저 부드러운 곡선이다 설경이 고요한 듯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허지만 송송 뚫린 저 오줌구멍을 무엇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