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rald Norden British, 1912 - 2000 Still life with Bread, dated '88 oil on board Painting 28x38cm 말 조원규 새벽 다섯시 나무의자에 앉아 둥근 빵을 먹는다 소리없는 칼을 넣어 한 조각 잘라낸 먼 해안처럼 둥글고 사원처럼 적막한 살로부터 환한 무엇 허기 속으로 떨어진다 붉은 새의 그림자처럼 빠른 무언가가 슬픔도 기쁨도 잊고 우투커니 앉은 내 속으로 떨어진다 사라지는가 죽음? 응, 사라진다 그것 남은 빵을 바라본다 ※출처:《밤의 바다를 건너》, 문학동네, 2006. □ 정끝별 시인 감상 새벽 다섯시 나무의자에 앉아 둥근 빵을 먹는 사람. 소리 없는 칼을 넣어..

Choong-Hyun Roh Snow, 2011-2013 oil on canvas Painting canvas 90.9×72.7cm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純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 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原始林)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 년 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石炭)의 변모하는 소리, 캄캄한 시간 바깥에 숨어 있다가 발굴되어 건강한 탄부(炭夫)의 손으로 화차에 던져지는, 원시림(原始林) 아아 원시림(原始林) 그 아득한 세계(世界)의 운반(運搬) 소리, 이층방 스토브 안에서 꽃불 일구며 타던 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