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g, 2012 Screenprint in colours Prints & Graphic Art sheet 355 x 458 밥그릇 경전 이덕규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 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제 밥그릇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있는, 그 경전 꼼꼼이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좋은 시 읽기
2024. 12. 22. 16:20